요즘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온전히 ‘쉼’을 누릴 수 있는 여행이 간절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 모두 지쳤을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목적지를 정한 곳은 바로 강원도 평창. 우리가 찾은 이곳은 알펜시아 리조트와 실내 워터파크가 함께 있는 복합 힐링 공간이다.
여행 당일, 평창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구름이었다. 진심으로 “와, 날씨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하늘은 깊고 청명했고, 햇살은 따뜻하게 우리를 감싸주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리조트 입구를 향해 걷는 순간, 마음속의 피로가 스르륵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평창에서의 힐링 여행이 시작되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규모도 크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배치 덕분에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호수 중앙의 정자로 이어지는 아치형 다리였다. 나무 데크 위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물결과 하늘을 함께 바라보니, 마치 자연 속 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정자 위에 앉아 있자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가벼운 산새 소리와 물소리가 조용한 배경 음악처럼 들려왔다. 평소엔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던 우리가, 이곳에서는 그저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호수 주변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유럽풍 샬레 느낌의 리조트 본관이 나타난다. 크고 웅장한 계단, 그리고 계단을 따라 내려오며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아내는 다리 위에서 활짝 웃으며 “이런 데 오길 너무 잘했어~”라며 말했고, 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았다. 햇살 아래 빛나는 그녀의 미소는 이번 여행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리조트를 둘러본 뒤엔 실내 워터파크로 향했다. 평창 알펜시아 워터파크는 실내 공간으로, 날씨와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내지만 채광이 좋아서 자연광이 들어오고, 분위기도 쾌적했다. 입장 전엔 구명조끼와 수영모를 착용해야 했고, 아내는 오랜만에 수영복을 꺼내 입고 완전 들뜬 모습이었다. 물놀이 중간중간엔 간단한 음식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스낵바에서 판매하는 쥬비스 핫도그와 음료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속에서 실컷 놀고, 물 바깥에서 간식 타임까지 알차게 보냈다.
워터파크를 나오고 나서는 스키점프대 구경도 빼놓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현장 중 하나인 이곳은, 실제로 눈 위에서 점프가 이뤄졌던 곳이다. 아내는 “진짜 여기서 뛰어내렸단 말이야?”라며 말도 안 된다며 놀라워했지만, 그 거대한 구조물 앞에 서보니 나 역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높이 솟아 있는 점프대와 주변 관람석은 그 당시의 열기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리조트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전경이었다. 해가 지기 전, 우리 둘은 리조트 건물 옥상 쪽 전망대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평창의 숲과 푸른 하늘, 그리고 구름이 드리운 산 능선들. 어떤 필터나 보정 없이도 사진이 예술처럼 나왔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만 꼭 잡고 풍경을 바라봤다.
저녁 무렵, 노을이 지는 풍경은 하루의 대미를 장식했다. 발코니에서 본 일몰은 붉고 주황빛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구름 사이로 퍼지는 빛줄기가 마치 그림처럼 퍼져 있었고, 우린 그저 그 풍경에 빠져 있었다. 일상 속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리조트를 떠나기 전 숲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조금은 쌀쌀한 공기, 그리고 머리 위로 흐르는 커다란 구름들. 적막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내는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음엔 겨울에 오자”라고 말했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귀가하는 길, 갑자기 날씨가 급변하며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도로와 주차장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마치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알펜시아가 우리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나 봐~”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련했다.
이번 평창 여행은 사진으로, 기억으로, 마음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어디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자연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웃고, 먹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아내와 나는 종종 사진을 보며 그날의 날씨, 바람, 분위기를 이야기하곤 한다.
다음에 또 떠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도 우리 둘은 주저 없이 말할 것이다.
“그때 그 평창으로 다시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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