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어느 날, 너와 함께 걷던 그 길 위에서
2018년 가을.정확한 장소는 기억나지 않지만,그날의 공기와 햇살, 그리고 너의 미소만은 아직도 선명하다.어딘가로 달려갔던 우리.그날따라 마음이 유독 말랑했고,계절은 천천히 익어가고 있었다.무작정 도착한 곳엔몽글몽글 피어난 핑크뮬리가 우리를 반겼다.너는 빛을 머금은 얼굴로 그 앞에 섰고,나는 숨죽여 바라보았다. 햇살은 따뜻했고,하늘은 끝도 없이 파랬다.너는 눈을 가늘게 감고 웃고 있었고,그 모습은 마치 이 계절과 한 몸처럼 보였다.그날의 너는 말보다 표정이 더 많은 걸 말해주었고,난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걸로 사랑을 표현하던 시절이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웠던 건,그 꽃 사이를 걷는 우리의 그림자였다.너와 나 사이엔 말 대신 바람이 있었고,우린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걸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도시의 풍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