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당신 탓이 아닙니다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진짜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돈이 안 남지?”
“외식도 줄이고, 아껴 쓰는데 통장은 왜 텅 비었지?”
이건 단지 ‘개인의 소비 습관’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돈을 남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부모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집 한 채는 가능하다”는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의 2030 세대는 같은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너가 덜 벌어서 그래”, “덜 아껴서 그래”라는
개인 책임 담론만 반복된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고 현실을 뜯어보면,
지금의 청년들은 정말 불리한 판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보인다.
이 글은 그 판을 해부하는 시도다.
1. 실질임금은 올랐는가?
사실상 ‘아니다’
명목상 평균 연봉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서
실제로 살 수 있는 것, 남길 수 있는 것은 줄어들고 있다.
한 달에 400만 원을 벌어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정비가 매달 300만 원 이상 나가버린다.
이건 '열심히 벌자'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2. 가처분 소득을 잠식하는 세금과 보험
보이지 않게 새는 돈이 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소득세...
월급 450만 원의 직장인은
실수령 약 380만 원 전후,
그리고 그 돈 중 절반 가까이가 월세 + 생존비용으로 바로 사라진다.
3. 월세는 멈추지 않는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0만 원에서 120만 원까지 올라왔다.
관리비, 공과금, 교통비, 통신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100만 원 이상이 ‘집에 살기 위해’ 필요하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지출이다.
살기 위해 사라지는 비용이다.
4. 줄일 수 없는 지출들
식비, 교통비, 생필품, 전기세, 수도세...
"안 쓰면 되잖아"라는 말은 현실과 멀다.
청년 1인 가구 기준 최소 생존비는 180만 원 이상.
📌 이게 최소값이다. ‘여유’는 아예 설계에 없다.
5.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서울의 중위 아파트 가격은
약 9억 원에 육박한다.
연봉 5천만 원으로는, 대출 없이 이 집을 사기 위해
180개월, 즉 15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
그마저도 부모 찬스가 없다면 시작선조차 없다.
2030 세대의 자가보유율은 22%.
그마저도 상당수가 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쓰면 되잖아"는 무책임한 말
많은 이들이 “젊은 사람들은 소비를 너무 많이 해”라고 말하지만
실제 통계는 정반대다.
- 독일 청년의 80%가 월 외식 1~2회 이하
- 한국 청년도 대부분이 ‘생존을 위한 소비’ 외엔 줄일 게 없다
지금 세대는 커피 몇 잔, 외식 몇 번 줄인다고
달라지는 구조에 살고 있지 않다.
문제는 구조이고, 시스템이다.
📌 지금 세대가 겪는 구조적 현실 요약
마무리하며: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확신
우리는 게으르지 않다.
불성실하지도, 낭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너무 철저하게, 생존을 위해 살고 있다.
그런데도 통장이 텅 비는 이유는
이 사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구조적 한계일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약이 아니라 이 구조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 위에서 전략을 세우는 것.
그것이 살아남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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